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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목사 -쿠팡편- 본문
코로나로 인해 한국교회 80프로의 목회자들이 자신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본인도 목사이지만 현재 재정에 큰 문제가 없고 사역과 미래를 위해 잘 준비되어 가는 과정이라 그냥 지나가려 했지만 지인 목사와의 대화에서 너무 감정이 격해져 쿠팡에 가서 일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쿠팡을 하고 난 뒤에 현재 생활고에 시달리시는 목사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목사로서 가본 쿠팡의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1. 가장 중요한 일급(돈)
우선 본인은 일용직(단기)이어서 일용직에 근거한 자료로 일급에 대해서 알려드릴려고 한다. 우선 이러한 정보는 타 블로그에도 나온 정보이니 따로 검색하셔도 된다.
일용직은 최저시급으로 받게 된다. 현 시점의 최저시급은 8,350원이다. 일하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이니 9시간을 일하게 된다. 총 세금을 내고 나면 68,720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알바가 구해지지 않는 대학 학기 기간에는 보너스가 종종 나와 본인이 일한 날은(이것도 일이 끝나고 알았다) 4만원 보너스가 추가되어 108,720원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팁 하나를 드리면 현재 쿠팡은 노동법이 정한 수당의 법을 전부다 지키고 있다.
특히 월 8일이상 나오게 되면 정직원처럼 4대보험과 건강보험이 지역이 아닌 직장가입이 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15만원 내는 가정이 직장가입이면 피부양자 신청하면 4-5만원까지 줄인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한 주에 2틀만 나와도 주휴수당이 지급된다. 주휴수당은 68,720원 × 5분의 n(출석한 날)로 받게 된다.
적어도 단기직으로 만근을 하면 190만원 + 알파를 받게 된다.
2. 일의 종류와 노동강도 -목사도 충분히 할 수 있음-
우선 내가 가본 곳은 여주 쿠팡 물류센터였다. 여주 쿠팡은 반품만 주로 하는 곳이라 일반 쿠팡물류센터인 공정과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입고-출고-허브로 일하는데 여기는 AR-QA로 두가지 종류의 일만 있었다. 본인은 AR로 가서 일했다.
AR은 쉽게 몸을 쓰는 일이고 QA 머리를 쓰는 일이다.
쉽게 설명하면 쿠팡에게 반품한 물품이 여주 쿠팡 물류센터로 들어오면 그것을 AR 공정이 받아 분류해서 QA가 전산작업으로 중고로 되팔지 폐기할지를 정한다. 그리고 다시 AR로 넘어가 출고가 된다.
좀더 쉽게 도표로 말하면
반품입고 --> AR(1차 분류) --> QA(전산작업) --> AR(중앙 분류) -->출고
AR은 다양한 품목을 몸으로 내리고 다시 쌓고 랩을 쳐야 하기때문에 몸으로 하는 일이다. 힘들다. 그러나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내가 해봐서 말한다. 성인 남성이라면 좀 힘들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QA는 전산작업인데 가만히 서서 반품 물건을 가지고 전산작업을 하는거다. 몸은 힘들지 않지만 실수하면 이름이 불려 나가며 혼나고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한다. 약간의 반성문이라고 들었다.
본인은 AR에서 일했으며 물건을 내리는 일을 했다. 힘에 부치긴 했지만 못할 일은 아니었다.
일에 강도라 치면 팁으로 준다
1차 분류 > 중앙분류 > QA 로 된다.
3. 목사로서 할 만한 일인가? 목사의 입장에서
우선 목사로서 일해보는 거라 좀 어색했지만 일이 시작하자마자 어색함을 사라졌다.
-목사인 나를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이면 걱정 안하셔도 된다. 마스크 쓰고 9시간을 일해야 하기 때문에 알아보긴 힘들다. 일이 또 너무 힘들고 누가 전에 뭐했냐 물어보지도 않는다. 자기 할일만 다 하고 가면 아무말 안한다.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선 단기는 그 전날 가고자 하는 쿠팡에 문자로 연락을 하면 확정 문자를 준다. 그 문자를 보면 가면 된다. 그리고 쿠팡이 여러지역이 있지만 버스를 타는 장소는 대부분 대도심 지하철역이기 때문에 다양한 곳으로 정해서 갈 수 있다. 예를들어 건대입구에서는 동탄 덕평 여주 곤지암 쿠팡에서 버스가 온다.
언제나 원하는 날짜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쿠팡의 장점이다. 목사로서는 월요일 쉬는 날이나 금요일에 미리 설교를 준비하고 토요일에 가도 된다. 아니면 야간을 선택해서 가도 된다.
결론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목사인 사람이 가면 알아두여야 할 팁
우선 내가 목사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에 청년이나 젊은 사람 또는 정직원이 조금 퉁명스러운 투나 아니면 욕은 아니지만 싸가지 없는 말투로 뭐라한다. 그럴때 "나 목산데"라는 생각이 잠깐 든다. 그런데 그냥 목사가 아니라 일꾼으로 왔다 하면 좀 정신적 데미지가 감소된다.
4. 깨달은 점 (제일 중요한 것)
- 목사는 너무 쉽게 살았다.
가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말을 걸어봤다. 어떤 사람은 자영업하다가 문을 닫고 왔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직장을 못 구해서 어떤 사람은 재산세를 내야 해서 어떤 사람은 무언가 구입하기 위해서 그렇지만 다들 돈을 위해 이런 일을 하러 왔다. 그런데 목사는 적어도 사무실에 앉거나 차를 타거나 하지 않나? 쉽게 살고 일했단 생각이 들었다.
-설교가 부끄러웠다.
일해보니 너무 힘들긴 했다. 내가 온 날에 4만원 보너스가 나왔는데 정말 더워서 곤죽이 되어서 끝나도 이 힘든 일을 4만원 더 준다니 나온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나도 이렇게 일해본건 처음이라 집에서 바로 쓰러져 잤다. 그중에는 권사님도 계셨는데 계약직이었다. 계약직은 3,6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라 쉬는 날이 주일이 자주 낀다고 했다. 먹고 사는 문제때매 교회를 못나가는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니 이제 설교에 직장보다 주님을 선택하라는 나의 전 설교가 부끄러웠다. 이제 그런 설교는 못할 것 같다.
-공통 분모가 없는 목사와 사람
난 평생 목사로 살아온 사람이라 이런 일이 처음이다. 그런데 내가 얼마나 세상과 공통분모가 없었는지 깨달았다. 예수는 인간이 되어서 공통분모를 우리와 100퍼센트로 만들었지만 난 사무실에서 목사로서 대접받으며 단 위에서 마치 성직자처럼 설교해온 내가 이 사람들과 전혀 공통분모가 없었구나 쉽게 말하면 난 이들을 몰랐구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성도들의 삶이 어떠한지 전혀 몰랐구나 생각했다.
-쿠팡이 현 시대에 가장 큰 미전도 지역이다.
쿠팡은 돈을 위해서 오는 사람들이 모인다. 나이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돈이 많은 사람부터 가난한 사람부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온다. 한번 모이면 9시간 동안 한 지역에 갇혀있는다. 그 인원이 많게는 500명에서 4000천명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특정한 지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탄다.(버스 집합 장소는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에서 쿠팡을 치면 버스노선도가 나온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지금 물류센터로 갈 만큼 외롭고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다. 예수라면 이들에게 바로 다가서지 않았을까?
- 쿠팡을 국내선교로 활용하면 어떨까?
쿠팡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밑바닥을 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복음이 가장 필요하다. 목사님들이라면 쿠팡을 국내선교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버스노선도에서 가장 가까운 쿠팡 집합지에서 버스에 타는 인원 (30명에서 45명)에게 여름이면 얼음물, 또는 쿨토시, 겨울이면 손난로 또는 따듯한 커피를 대접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국내선교 임원 또는 목사님만 그 버스에 같이 타서 선교를 목적으로 쿠팡을 나가서 일한다면 아마 그곳은 선교현장이며 쿠팡에서의 일이 사역이 될 것이다.
의외로 쿠팡에서 사람들이 갈급한 것이 말동무며 지혜를 얻는 것이다. 결혼, 인생, 리더 등 다양한 지혜를 묻는 청년들도 많다. 본인 한테도 물어본 사람이 더러 있었다.
사역이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쿠팡이 사역지가 되는 것을 국내선교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본인이 돈을 벌어 교회에 짐이 되지 않겠다는 목사의 자세가 성도들에게 오히려 바울과같은 사역자로 보이게끔 하지 않을까?
이상으로 메멘토모리 목사의 쿠팡 투잡 경험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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